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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의 흐름으로 통하는 집
  • 아름다운 선의 예술, 337 Roof

중정이 있는 집
집의 중심에 자리한 중정 때문이었을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늑하게 감싸는 느낌, 마음이 차분하면서도 편해지는 기분에 휩싸였다.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으며 내부가 궁금해지는 이곳은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에 있는, 박현재·조현지 부부와 어머니 그리고 초등학생 자녀 근휘가 살고 있는 집이다.
처음 집 짓기를 계획했을 때 부부는 고민이 많았다. 첫 번째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였고, 두 번째는 이 지역에 해당하는 지붕에 대한 규제였다. 집 주위를 둘러싼 공장들을 가리고 모임지붕을 올려야 하는 제한적인 부분을 해소하면서도 멋진 집을 설계해줄 건축가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아키리에 정윤채 소장을 만나게 되었다. “모임지붕의 사례를 찾다 보니 중정이 있는 집에 관심이 커졌어요. 정윤채 소장의 이전 작품들을 보고 의뢰하게 되었죠.” 덕분에 중정은 다방면으로 중요한 중심 공간이 되었다. 가족 구성원이 때론 함께하고 때론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집 어느 곳에서나 시선이 모이게 돕는 것. 또 외부로부터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실내에 풍부한 채광을 끌어들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집에서 바라보이는 풍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나무 한 그루가 있는 늘 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햇빛의 방향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달리 보이며 다채로운 집의 그림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가장 편안하면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실내로 끌어들이니 이보다 훌륭한 집의 바탕이 있을까.


집의 중심이 되는 중정. 햇빛의 위치에 따라 나무 그림자로 멋스럽게 물든다.


아이 방에서 바라보이는 어머니의 방. 경이로운 지붕 선과 포켓 정원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자연이라는 병풍, 차경을 들이다
“그저 집을 바라보고 있어요(웃음).”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는 질문에 대한 부부의 답이다. 신기하게도 주택으로 이사하고 나서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원래 아파트에 살던 가족은 퇴근 후 텔레비전을 켜는 것이 습관이었다. 또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선 가족이 약속이라도 한 듯 거실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다. 집 안 어디든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는 자연이 반기고 시선의 높이에 따라 서로 다른 하늘의 모습을 즐길 수 있으니 집에 계속 머무르고 싶을 수밖에. 여기에 정갈한 직선과 지붕 선은 또 다른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 재미를 더한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면 창이 보이는데 그 창을 통해 보이는 하늘과 비슬산의 능선이 정말 아름다워요. 매일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죠.” 아내 조현지 씨는 2층 부부의 침실 밖에 소박하게 마련한 로맨틱한 테라스도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았다. 여름밤 하늘을 바라보며 라운지 체어에 앉아 남편과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곳. 그야말로 하늘을 지붕 삼아 자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일 듯하다.
“퇴근하면 빨리 집에 오고 싶어요. 집을 짓고 나서는 집이 사는 공간만이 아닌 힐링하는 완벽한 안식처라고 생각해요. 포근하게 감싸는 아늑한 느낌 덕분인지 가족만의 ‘둥지’ 같기도 하고요.” 박현재 씨는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을 정도란다. 부모님이 집을 짓고 전원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좀 더 여유 있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모습에 집 짓기를 결심했다. 주거 환경이 바뀐다고 삶의 질이 달라지겠느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직접 생활해보니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자주 소통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1, 2 거실과 이어지는 다이닝 룸. 가족은 종종 이곳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2층 부부의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 직각이 아닌 계단의 각도에 맞춘 펜스가 이채롭다.



집을 즐기는 방법
개방된 집의 형태가 근휘에게는 놀이터가 된다.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한 공간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집 안에서 많이 움직여서인지 아파트에 살 때보다 더욱 활동적이고 활발해졌다. “제가 어렸을 적에 주택에 잠시 살았어요. 2층을 오르내리던 계단과 마당의 단풍나무, 단편적이지만 그 집에 대한 기억이 뚜렷해요. 하지만 아파트에선 그런 기억이 없더라고요. 근휘한테도 지금의 집이 추억으로 남길 바라요.” 조현지 씨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서도 집의 구조가 한몫했다며 말을 이었다. 바로 아이 방과 마주 보게 자리한 어머니의 방. 포켓 정원을 사이에 두고 두 방은 통창을 통해 바라볼 수 있게 설계했다. 어머니 역시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윤채 소장의 치밀한 계산. 공간이 시각적으로 모두 연결되도록 한 건축가의 섬세한 의도였을 것이다. 심플하지만 감각이 돋보이는 스타일의 인테리어도 이 집의 매력. 화이트로 깔끔하게 단장한 집으로 스며들어오는 햇빛과 중정의 나무 그림자는 시간마다 패턴을 그리고 운치를 더한다. 풍부한 일조량은 낮 동안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하게 밝혀주니 조명도 필요 없다. 어떤 디자인의 가구일지라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은 마치 흰 도화지 같다. 하나 바탕이 좋아야 그림도 빛이 나는 법. 가족만의 취향을 담아 다채롭게 꾸며나가길 바라는 정윤채 소장의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한 권의 책처럼 가족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새로운 집에서 매일의 추억이 소중한 페이지로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 아키리에(070-8825-3508)


거실 중앙에서 바라본 중정의 모습이다. 스크린처럼 다변하는 자연과 함께 차경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가족이 가장 오래 머문다는 거실.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텔레비전을 시청하기보다 자연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집 전체의 동선은 하나로 이어진다. 모든 공간을 거치며 지나가기에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소통을 유도한다.



독서를 좋아하는 부부가 소장한 책을 꽂을 수 있도록 큰 책장을 짜 넣었다.


포켓 정원이 보이는 아이 방. 이곳에서 아이는 공부와 놀이를 하며 독립적인 시간을 보낸다.


복도와 유리 문으로 구분한 어머니의 방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지붕 쪽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진다.


부부의 침실에서 바라보이는 중정. 투명한 큰 창이 마치 커다란 액자를 걸어둔 듯하다.


모임지붕이 돋보이는 337 루프 집의 전체 외관. 지역 규제 때문에 모임지붕을 선택했지만 아름다운 지붕 선이 우아하다.


상공에서 바라본 집은 반듯한 사각형의 평면과 중정이 돋보여 정갈한 멋을 뽐낸다.


박현재, 조현지 부부와 가족의 모습.


2020년 9월
Editor 김소현 Photographer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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