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

  • RENOVATION
  • 그리너리 홈 살롱
  • 공간에서 경험하는 다채로운 페르소나

종로구 혜화동. 붉은 벽돌로 지은 다가구 건물이 밀집한 주택가에서 겉보기와는 다른 실내 공간을 가진 주택이 있다. 마감을 교체하고 새로운 설비를 통해 새 옷을 입은 집이다. 우리네 다가구 주택 풍경이 그러하듯, 이 집의 예전 모습 역시 최대 면적에 최대의 방 수가 중요시되던 평범한 집이었다. 1990년대 지어진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꾸려갔을까? 새로이 공간의 주인이 된 클라이언트는 리노베이션을 결정한 뒤 가장 먼저 본인 삶의 배경을 만들어줄 전문가를 찾았다. 마드리드 출신의 건축가, 다니엘 바예가 바로 그다.




1, 2 공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3m 길이의 테이블. 다이닝 테이블이자 워크스테이션으로의 기능을 톡톡히 수행한다.



스타일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공간을 고치거나 집을 지을 때, 클라이언트와 전문가의 대화 사이 ‘콘셉트’라는 단어가 왕왕 등장한다. 이 공간의 디자인을 맡은 다니엘 바예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더해왔다. “대개의 경우, 한국 클라이언트가 말하는 ‘콘셉트’는 모던, 프렌치 같은 특정 ‘스타일’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개인 주택을 특정한 스타일로 지정해 디자인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개성을 획일화하고 페르소나를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특정 스타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양하고 고객의 성격이 드러나는 공간, 특별한 요구 사항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이 바로 클라이언트가 전문가를 찾는 이유이지요.”
열린 마음으로 기탄 없는 대화를 이어가며 디자인을 거쳐 시공까지 매끄럽게 진행된 혜화동 주택은 공간 구성에서부터 인테리어까지 클라이언트의 개성을 듬뿍 담은 매력 넘치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원래 방 셋에 욕실 하나 그리고 거실 겸 주방이 있었던 집은 방과 욕실이 각각 2개에 워크스테이션을 겸하는 키친&다이닝 공간과 작은 거실이 있는 집으로 바뀌었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공간의 용도를 변경하며 배관을 교체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현관 왼쪽 가장 작은 방을 볕 드는 작은 리빙 룸으로 변경했다. 문을 떼어내고 넓게 확장한 덕분에 햇볕이 집 안까지 깊이 들 수 있게 됐다.



공간을 살리는 마법, 리노베이션
현관을 들어서면 집의 중심인 키친&다이닝 공간이 나온다. 구성원이 함께 쓰는 곳으로, 거실과 침실 사이를 오가는 통로이자 대부분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생활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커다란 3m 테이블이 인상적인데 키친과 가까운 쪽은 다이닝 테이블로, 거실과 가까운 쪽은 워크스테이션으로 사용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클라이언트에게 맞춰 디자인한 공간이다.
사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이 있었다. 현관 옆 가장 작은 방의 문을 떼어내 거실로 꾸몄는데 이를 통해 추가 거실 공간을 확보함은 물론, 작은 방으로 들던 풍성한 햇볕을 키친&다이닝 공간까지 깊숙하게 끌어들였다. 가장 애매하고, 어떻게 사용해도 어색했던 공간이 집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배경이다.


1,2 벽의 각진 부분에는 수납장을 짜 넣었는데 곡선으로 디자인해 공간을 부드럽게 만드는 동시에 질감과 색으로 개성을 불어넣었다.



컬러와 곡선이 만들어낸 부드러운 인상
또한 디자이너는 인테리어 요소로 컬러와 질감을 통해 공간에 확실한 성격을 부여했다. 벽으로 동선과 동선 사이 수납공간을 확보했으며 이를 부드러운 곡선의 벽으로 가려 단정한 인상을 만들었다. 차분한 저채도 그린 컬러 마감과 MDF를 활용해 만든 올록볼록한 벽 질감은 기존의 무미건조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키포인트가 되어준다. 여기에 대부분의 가구를 빌트인으로 구성, 실내 면적을 최대한 확보해 사용자의 동선을 쾌적하게 설계한 것도 눈에 띈다.
이런 디자인이 가능한 것은 ‘설비’를 교체한 덕분이다. 대개 건물이 30년을 넘어가면 수도 배관과 전기 배선, 설비가 오래돼 교체가 필요하다. 이 집 역시 마감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설비와 단열 등 다각도에서 개선을 거친 덕분에 겉과 속이 모두 건강한 집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집은 클라이언트가 평생 동안 선택해온 요소들의 조합이기에, 집을 보면 주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는 집주인의 다채로운 일상. 30년이 넘은 오래된 다가구 주택은 그렇게 또 누군가의 삶의 배경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집을 고치는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면, 단기간에 결과를 보려 하지 말고 장기적인 ‘경험’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한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세요.” 리노베이션을 계획 중인 이들을 위한 다니엘 바예의 진심 어린 조언.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의 신뢰’와 ‘디자이너의 노력’이 모두 담겨 있다. 리노베이션 디자인 다니엘 바예 아키텍츠(02-6959-5750, www.danielvalle.com)



바닥의 마감을 통일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확장돼 보이는 효과를 꾀했으며, 배관 공사를 거쳐 욕실을 하나 더 만들어 사용의 편의를 극대화했다.


현관 입구에 가벽을 설치해 공간을 분할하는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했다. 답답하지 않게끔 유리를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발코니를 확장해 실내 공간으로 들였고, 옷장과 수납공간도 빌트인으로 짜 넣어 면적을 확보했다.


2020년 9월
Editor 정사은 Photographer 이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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