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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에코 패션의 멋
  • 윤리적인 소비의 시작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이제 산업 전 분야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그중 패션 업계는 여러 명품 브랜드들의 발 빠른 환경보호 활동과 실천으로 가치 있는 소비 생활을 주도해왔다. 소비자 역시 윤리적인 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환경과 동물 인권을 중시하면서 비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영국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속 가능한 패션을 찾는 검색량이 66% 이상 증가했으며, 국내 소비자의 경우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69% 이상이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의류 브랜드 또한 친환경 라인을 론칭하거나 리사이클링 소재 개발, 환경보호 캠페인 등을 활발히 전개하며 자연스럽게 착한 소비를 돕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고 패션 문화 전반의 흐름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패션계에 불어닥친 ‘친환경’ 바람
세계 4대 패션쇼로 꼽히는 런던 패션위크는 2018년 9월부터 모피로 만든 옷을 런웨이에서 퇴출했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모피로 만든 의류 라인을 없애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하는가 하면 구찌와 지미추, 코치 등의 브랜드는 모피 사용을 중단했다. 이처럼 빅 브랜드들의 단호한 ‘모피 아웃’은 ‘비건 패션’의 시작이 되었다. 그동안 모피 제품에 사용해왔던 밍크와 코요테, 여우, 토끼 등 동물 가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에코 퍼’를 개발했다.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에코 퍼를 활용한 제품을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이며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는데, 보온성과 트렌디함은 물론 가성비까지 갖춰 지속 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그린슈머들로부터 큰 각광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에코 퍼인 에코 플리스 원단으로 만든 뽀글이 재킷을 출시했는데 재킷 한 벌당 500ml 페트병 50개, 한 시즌에만 370만 개의 폐페트병을 재활용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건 패션, 채식주의 선언!
대체 패브릭은 퍼(Fur)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본 소재와 차이가 없는 수준 높은 대체재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시선을 끄는 건 푸드 텍스타일. 식물을 재료로 원단을 만드는 방식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인애플로 만든 ‘피냐텍스(Piñatex)’다. 파인애플의 잎사귀를 찢어 섬유질을 뽑아내고 이를 짜서 원단으로 만든 것인데 섬유 조직이라 무게가 가볍고 화학 약품 처리 과정이 필요 없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강점이다. 기존 가죽보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통기성이 뛰어나 신발 브랜드 캠퍼, 패션 브랜드 이던과 마라빌라스, 스포츠웨어 푸마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 테슬라도 시트 가죽으로 채택할 만큼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이 외에도 버섯 뿌리의 균사체를 활용해 만든 마일로(Mylo), 옥수수로 만든 PLA(Poly Lactic Acid)를 비롯해 와인 찌꺼기와 바나나 줄기, 사과 또는 오렌지 껍질 등을 활용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질 좋은 에코 가죽을 선보이고 있다.



줄이거나 다시 사용하거나
얼마 전 구찌는 기존 시스템을 깨고 사계절 구별이 없는 시즌리스 방식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계절에 맞춰 5차례 발표하는 신제품 출시 방식을 2번으로 줄인 것. 이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패션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적인 행보로 호평받고 있다.
트렌드 변화가 민감해 새로운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여야 하는 패션 분야에서는 재고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브랜드 래코드는 자사의 3년 이상 된 재고를 활용해 옷을 만든다. 남성 슈트가 여성 원피스로, 고어텍스 재킷이 코트로 재탄생한다. 소각을 앞둔 재고를 뜯어서 만들어 탄소발자국도 없다. 2012년 출범한 이 브랜드의 매출은 매년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업사이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또 다른 브랜드로 수수무(水水舞)는 프랑스 딕슨사의 남은 어닝 자투리 천을 재활용해 만든 의류, 가방 및 홈 데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Tip. 비건 패션 레시피, 푸드 텍스타일
파인애플 파인애플의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소재 피냐텍스는 잎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고무 성분을 제거한 뒤 숙성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는데 기존 가죽보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통기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옥수수 옥수수를 사용한 원단을 PLA(Poly Lactic Acid)라고 부르는데, 젖산균(Lactobacillus)을 이용해 옥수수의 녹말을 발효시켜 만든다. 실크와 비슷한 촉감과 광택을 지니며 땅에 매립하면 길어도 1년 안에 완전 생분해되는 것이 특징.
코코넛 태국의 타일랜드 텍스타일 인스티튜트에서 코코넛 섬유를 개발했다. 코코넛의 껍질을 태워 숯으로 만들고 이를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결합한 것이다. 이 원단은 박테리아에 강해 냄새가 덜 나고 착용감도 우수해서 의류에 활용하기 제격.
사과·오렌지 껍질 스위스 브랜드 해피 지니(Happy Genie)는 사과의 껍질을 말리고 분쇄한 뒤 연료와 섞어 가죽과 비슷한 소재를 개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한 해에 버려지는 70만 톤의 오렌지 껍질을 섬유로 재탄생시켰다.
버섯 섬유 회사에서 개발한 마일로(Mylo)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만든다. 옥수수 줄기에 버섯 균사체를 배양하고 이후 염색 공정으로 마무리하면 버섯 가죽이 완성되는 것. 비건 패션의 선두 주자인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이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출시하기도 했다.
와인 찌꺼기 이탈리아 밀라노의 비제아(Vegea)는 와인을 만들고 버려지는 포도 찌꺼기를 눌러 붙이고 섬유질과 기름을 뽑아내 가죽을 만든다. 2017년 H&M이 주최한 신소재 개발 경연 대회인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한 패브릭.



버려진 플라스틱의 새 모습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친환경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폐플라스틱과 비닐의 재활용이다. 뉴욕 아이코닉 스타일 브랜드 레스포색(LeSportsac)은 가을 신제품으로 ‘리사이클 컬렉션’을 선보인다. 컬렉션의 특징은 바로 원단. 레스포색은 원단 1야드당 총 9개의 물병을 재활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 공정을 제품 원단에 적용했다. LF의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a.t.corner)는 보사 데님(Bossa Denim)을 사용한 시그너처 데님 팬츠를 새로 출시했다. 보사 데님은 리사이클 페트병을 비롯한 천연 화
학 물질과 염료로 생산된 원사를 사용해 유럽에서 친환경 소재로 유명하다. 블랙야크의 친환경 의류 브랜드 나우(Nau)는 제품군 70%를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산업 폐기물을 수거해 만든 원단으로 제작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활용 섬유로 소비재를 제작해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소셜 벤처도 늘고 있다. ‘몽세누’는 20~100%까지 페트병에서 추출되는 원단의 비율에 따라 다양한 라인의 의류를 선보이고 있으며, ‘LAR’은 페트병 5개로 운동화 한 켤레를 제작하는 친환경 제품을 출시했다. 폐페트병으로 가방을 만드는 ‘플리츠마마’는 최근 환경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개발공사, 효성티앤씨와 협력해 페트병 수거부터 재활용 섬유 추출, 친환경 가방 제작까지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Tip. 이것으로도 원단을 만들 수 있나요?
코르크 마개 최근 코르크 특유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 옷과 가방이 출시되고 있다. 보테가 베네타는 ‘2020 프리 스프링 컬렉션’에서 코르크와 패널 소재의 백라인을 선보였는데 기존 가죽 백보다 가볍고 유연한 디자인으로 시즌 중 가장 주목받은 아이템이 되었다.
인공 거미줄 201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패션은 현대적인가 (Item; Fashion Modern)’ 전시에서 인공 거미줄로 만든 마이크로실크 드레스가 이목을 사로잡았다. 미국의 생명 공학 회사 볼트 트레이즈가 개발한 섬유로 거미의 DNA를 복제 변형한 누룩을 사용해 실크사를 뽑아낸 것. 실크처럼 가늘고 부드러워 내구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커피 찌꺼기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코알라트리(Coalatree)는 커피 찌꺼기를 사용해 옷을 만든다. 아이스 커피 3잔에 사용되는 원두 찌꺼기와 플라스틱병 10개로 한 장의 셔츠를 만드는데 직물 자체적으로 열을 차단하고 몸의 온도를 낮춰줄 뿐만 아니라 구김이 적어 야외 활동에 매우 적합하다. 또한 방수 효과가 있고 얼룩과 오염, 냄새에도 강해 대체 섬유로 사랑받고 있다.
자동차 시트 가죽 현대자동차는 2019년 뉴욕 맨해튼에서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Maria Cornejo)와 협업해 ‘리스타일(Re:Style)’이라는 소규모 컬렉션을 열었다. 폐차 시트로 만든 업사이클링 재킷과 드레스를 공개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았다.
선인장 멕시코 출신의 두 사업가가 선인장으로 만든 가죽 데저토(Desserto)를 선보였다. 다 자란 선인장을 채취해 갈아 햇볕에 3일 이상 말린 후 다른 재료와 배합해 가공한 것으로 선인장 특유의 초록색 때문에 개성 있는 에코 가죽으로 인정받았다.

2020년 9월
Editor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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