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간 가이드 - PART1-① 전체공간 September, 2020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기에, 당신의 책 읽는 습관을 위한 공간 가이드. 책을 활용한 멋진 인테리어 사례들과 함께 독서 공간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선별했다. 우리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책 읽는 풍경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를 활용해 책과 가까워지는 공간을 구현해낸 여섯 집을 찾았다. 고친 집, 꾸민 집 그리고 지은 집까지.다양한 공간에서 발견한 책 읽는 삶.



패션 디자이너 부부의 책 읽는 거실
“새로운 보금자리는 여유가 느껴지는 조용한 곳이기를 바랐어요.”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평창동을 거쳐 연남동에 새로운 터를 잡은 부부.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처에 반려견과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 있는 이 동네에 매력을 느낀 두 사람은 단번에 이곳에 집을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5층 주택의 이름도 참으로 서정적이다. ‘드디어 연남’.
건축을 맡은 조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의 조현진 소장은 부부가 원래 소장하고 있던 아름다운 가구와 아트워크가 돋보이면서도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공간을 구현해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하나의 콘셉트에 물건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도록 물건을 배치한 것이 그가 내세운 해결책.
부부는 아파트의 틀에 박힌 구조에서 벗어나 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공간 구성을 우선 순위로 두었다. 서재와 거실을 하나로 합친 것도 그 생각의 연장선인 셈이다. 메인 공간에는 텔레비전 대신 커다란 책장을, 큼직한 창문 앞에는 책상을 배치했다. 뒤쪽으로는 부부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소파를 두고 두 사람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아트워크를 벽에 걸어 결과적으로는 머무는 이의 취향이 담긴 하나의 공간에서 가족 구성원이 저마다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백색 조명을 따로 쓰지 않고 전체적인 가구의 컬러와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해 어둡게 연출함으로써 공간에 무게감을 주었다.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은 조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에서 디자인한 것으로 타스(Taas)에서 제작했다. 칸마다 선반을 끼워 넣지 않고 빈 공간으로 남겨두어 답답한 느낌을 덜어낸 디자인이 돋보인다.


부부는 특별히 아끼는 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독일의 아트북 출판사 타셴(Taschen)에서 25주년 기념판으로 출판한 <100 하우시스 포 아키텍츠>와 <1000 체어스>를 꼽았다. 건축과 가구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거실에서 일상 속의 영감으로
거실 겸 서재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장은 조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에서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붙박이 책장 대신 월넛 목재에 황동 소재의 프레임을 매치해 감각적이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의 선반을 제작했다. 두 층을 아우르는 5m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워 자칫 답답해 보일 법도 하지만 노출 콘크리트를 마감재로 사용한 벽면과 제법 근사한 조화를 이루며 공간에 묵직한 중심을 잡아준다.프레임의 칸마다 책을 올려둘 수 있는 목재 선반을 끼워 넣지 않고 일부는 비워두어 가구 전체가 제 기능을 다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충족시키는 거대한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컬러와 소재의 톤을 맞추고 형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거기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포인트 요소를 배치하는 일은 패션과 공간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남다른 감각을 지닌 패션 디자이너 부부는 직업적인 특성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신기하게도 공간에 대한 에디터의 첫인상 또한 이들의 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피가 큰 조명이나 가구, 소품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지만 분위기가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달까. 자신의 공간을 정성스레 가꾸는 일은 결국 나를 보듬는 일이다. 보편성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에 확신을 가지고 공간을 꾸릴 것. 그 매개가 꼭 책이 아니라도 좋다.
디자인 및 시공 (주)조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02-3445-0998, hj.cho@cho-partners.com)


집을 새로 짓기 전부터 건축주 부부가 소장하고 있던 테이블과 체어. 유니크한 포인트를 갖춘 빈티지한 감성이 새 집의 분위기에도 잘 녹아든다.


거실 겸 서재로 향하는 계단. 내부 공간 벽체는 노출 콘크리트로 우드와 색다른 대비를 이룬다.


연남동 골목에 자리한 부부의 보금자리 ‘드디어 연남’.


선명한 색감과 비정형의 실루엣이 돋보이는 톰 딕슨의 펜던트 조명 '멜트'는 거실 겸 서재의 전체적인 포인트 역할을 한다.



부모가 쌓아온 시간, 아이가 만들어갈 미래
오랜 시간 컬렉팅한 의자와 가구, 소품들을 모아 집을 채우고 거실을 홈 라이브러리로 만든 집. 이곳은 한우성, 박선주 부부와 여덟 살 리암이의 보금자리다. 마치 주택을 연상케 하는 높은 층고로 개방감을 살린 집, 복층으로 구성된 거실에는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유니버설 셸빙과 플로스사의 265 월 램프를 중심으로, 놀의 와이어 체어와 바실리 체어, 임스 부부의 라운지 체어와 르 코르뷔지에의 LC2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구매부터 배치까지, 가족이 의논해가며 하나씩 채워온 홈 라이브러리이다.
“리암이가 가장 좋아하는 가구는 뭐예요?” 여러 가구 중 무얼 고를지 고민될 법도 한 질문에 아이는 곧바로 답한다. “LC2요!” 아이와 함께 수차례 매장을 찾아 앉아보고 골랐다는 이 의자는 아이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집에서 좋아하는 스폿 중 하나다. “개방감 좋은 복층 아파트를 찾아서 이사온 지 이제 2년이 되어가네요. 이 집의 가장 멋진 공간인 거실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아이에게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지금처럼 가구를 배치하게 됐죠.” TV 대신 독일 출장길에 사온 빈티지 오디오를 두고, 한쪽 벽면에 긴 암을 자랑하는 월 램프와 함께 선반을 설치해 책 읽는 거실을 만든 가족.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인테리어였지만 지금은 온 가족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될 정도로 이곳에서의 생활은 이전과는 다르다고.


아파트 최고층의 옥상부를 활용한 펜트하우스. 이곳은 가족이 좋아하는 존 메이어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가족만의 북 살롱이다.


디터 람스의 유니버셜 셸빙에는 지금 읽고 있는 책, 아들 리암이의 그림, 그리고 가족의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아간다.


높은 층고 덕분에 창의력이 길러지고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독서도 좋아하지만 그만큼이나 아빠와 하는 축구를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는 아들 리암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인테리어
“주 생활 공간에 TV가 없으니 음악이 그 역할을 대신하더군요. 이곳에 와서는 더욱 TV 시청 시간이 짧아졌어요. 아이 역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는 일이 더 친숙해졌고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공간과 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는 가족. 가구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서 가족의 생활 습관과 아이의 행동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보기에 좋아 처음엔 흐뭇했지만 실제로는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는 가구 배치도 있고, 사진으로는 그 공간감이 살지 않지만 하염없이 앉아 책을 읽게 되는 위치도 찾게 되었다. 이리저리 가구의 위치를 바꾸다 보니 가족만의 상황별 가구 배치 공식도 몇 가지 생겼다고.
함께 가구를 선택하고 주말이면 서점을 찾아 읽을 책을 고르는 것도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한 듯하다. 2006년부터 빈티지 가구를 하나씩 수집해왔다는 부부. 이들에게 리암이가 생기고는 ‘아이와 함께 가구를 고르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새것보다는 낡은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저희가 수집해온 것이 단순한 가구가 아닌, 그 위에 쌓인 많은 이들의 시간과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여기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더해가는 것이 더욱 즐겁고요.” 이들의 가구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노라니 두어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문득 리암이가 부모로부터 좋은 안목과 차분한 취향을 고스란히 물려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아이에게 해준 것은 그저 환경을 만들어주고, 함께 그곳에서 뛰놀고 책 보며 같이 시간을 보내주는 것뿐이에요.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시간 계획을 세우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리라는 믿음을 가지고요.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이에요.” 책 읽는 공간 이야기를 들으러 찾은 집에서 가족의 따뜻한 현재를 엿보고 온 날, 이들의 빛나는 미래를 기원하며.


1,2 가족의 첫 컬렉션이 2006년 외국에서 8만원에 구입한 프리츠 한센의 빈티지 세븐 체어였다고. 그 후로 부부가 하나씩 사 모은 컬렉션이 집 안 곳곳에 가득하다. USM의 선반과 플로스사의 스누피 테이블 램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플로스사의 265 월 램프 모두 오랜 시간 심사숙고해 공수한 빈티지 제품들이다.


Editor정사은, 오하림

Photographer송유섭, 문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