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공간의 밑그림 기타 November, 2018 메이크업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건 베이스라고들 한다. 공간도 다르지 않아서 어떤 자재를 선택하고 어떻게 기초공사를 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질감과 컬러 여기에 내일에 대한 고민까지, 최근의 자재 트렌드를 짚어봤다.

공간 디자이너 허혁은?
디자인투모로우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 부회장,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라데팡스 국립건축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파리 판테옹소르본 국립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8 K-DESIGN AWARD GOLD WINNER, 2016·2015 KOSID 골든 스케일어워드 협회상, 2011 SDAK 한국공간디자인대상 회장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다수의 고급 주거를 비롯해 상업 공간과 호텔을 넘나들며 다양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www.dtomorrow.com


ⓒLapitec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오롯이 담아내려다 보니 고민은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약간의 센스가 있는 이라면 개성 있는 공간을 꾸밀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인테리어 그것도 ‘자재’부터 직접 선택해 연출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한 모험일 수 있다. 필자 역시 어떤 자재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좌우되기 때문에 자재를 고를 때면 다소 예민해지기도 한다. 한 공간이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가는 그곳의 형태와 크기 등 3차원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무엇으로 마감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마감 자재의 재료, 질감, 색깔 그리고 그 자재를 어떤 패턴과 디테일로 시공하는지에 따라 공간은 다양한 표정과 스타일을 갖추게 된다.


자재, 어디까지 써봤니?
인테리어 자재는 다소 어렵고 생경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물성의 자재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 자체가 공간의 개성이 되거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경우가 쉬이 목격된다. 그만큼 ‘재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때는 이탈리아 대리석이나 원목 마루, 실크 벽지가 고급 자재의 대명사로 각광받은 시절이 있었다. 물론 현재까지도 고급 주거 공간이나 호텔 등에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양질의 천연재 고갈과 환경 훼손으로 그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면 요즘 ‘뜨는’ 자재는 뭐가 다를까? 의식 있는 디자이너와 소비자라면 단순히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자재를 고르기에 앞서 관심을 가져야 할 몇 가지 사회적 이슈가 있다. 우선 환경 문제다. 천연재의 고갈도 문제지만 신축이나 리모델링 현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은 또 다른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 오래다. 대다수의 인테리어 시공 현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철거 쓰레기는 많은 비용을 들여 처리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공사 시 발생하는 철거 소음으로 인한 이웃과의 민원과 분쟁도 골칫거리다. 철거하기 쉽거나 이와 관련한 쓰레기의 발생이 적은 자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례로 벨기에 베리 알록(Berry Alloc)사에서 내놓은 월&워터(Wall&Water)는 방수 래미네이트 패널로 개발한 제품으로 주방이나 욕실의 기존 타일 면 위에 바로 덧붙여 시공이 가능하다. 두께가 3mm에서 10mm까지 다양하게 출시되어 활용도가 높을뿐더러 철거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일명 데코 타일이라 하는 비닐 계열 타일을 고급화한 LVT(Luxury Vinyl Tile) 제품도 주목할 만하다. 대리석, 원목 그리고 패브릭의 느낌을 살린 카펫까지 그대로 구현해 패턴화하고, 색상, 소재 등을 다양화해 선택의 폭도 넓다. 국내 업체 녹스(Nox), 벨기에의 뷰 플로르(Beau Flor)의 LVT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 방수 및 방습 기능, 강한 내구성뿐 아니라 DIY가 가능한 간단한 시공 방법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더불어 고려할 점은 지금은 시공이나 설치가 용이한 자재의 선택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는 거다. 천연석이나 타일은 운반, 가공, 설치 등에 많은 인력이 소요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고 빠르게 시공할 수 있는 자재들이 각광받을 것이다.


1 ⓒLamitak 디아크의 접이식 테이블 비스트로 볼로 컬렉션. 친환경 자재를 유통하는 싱가포르 브랜드 라미텍(Lamitak)의 특수 래미네이트를 상판에 적용했다.
2 ⓒLapitec 자연석의 우아한 질감을 되살림은 물론 위생성까지 겸비한 스톤 슬라브 ‘라피테크R’.
3 ⓒWall&Water 월&워터의 방수 래미네이트 패널로 꾸민 실내 수영장.


진짜 같은 가짜의 시대
생산 기술의 발달로 진짜 같은 가짜도 엄연한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천연 대리석보다 더 대리석 같은 엔지니어드 스톤이나 타일이 개발되어 천연석의 자연 질감과 색상을 재현할 뿐 아니라 다양한 화학 기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기능과 내구성까지 갖춰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프린팅 기법을 적용한 래미네이트 자재나 인테리어 필름은 이제 전문가의 눈으로도 쉽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단계까지 개발된 모양새다. 이탈리아의 라피테크(Lapitec)는 천연 석영 90%이상을 함유한 강화 인조대리석을 개발했는데 천연석보다 강한 강도의 내구성을 갖춘 데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고 스크래치 등에도 강해 실내와 실외 자재로 모두 사용 가능하다. 뛰어난 항오염 기능으로 위생에도 탁월해 주방 상판으로 활용하기에도, 도마처럼 음식물을 바로 조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싱가포르 데코더(Decodur)사의 매직 터치(Magic Touch) 제품은 특수 래미네이트(HPL)를 사용해 기존의 도장이나 래미네이트 마감 자재의 단점인 쉽게 생기는 손자국 등의 오염을 완벽하게 방지한다. 도장이나 천연석의 질감은 최대한 살리면서 스크래치, 지문, 색 바램 등을 예방해 벽 장식이나 가구 자재로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 자재는 무궁무진하다. 중요한 건 자재 그 자체 그러니까 단순히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마감 자재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에 있을 것이다.

Editor홍지은

Photograp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