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의 미래 기타 April, 2019 공간은 변한다. 시대와 사람이 변하고 법이 바뀌고 소재와 기술이 발전하기에 공간 역시 어제와 같을 수 없다. 숟가락부터 도시까지 디자인하겠다는 건축가와 사회 변화에 따른 대중 심리를 분석하는 UX 트렌드 분석가의 시선이 맞닿은 지점, ‘융합’의 관점에서 바라본 ‘공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야기의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오피스다.

화이트칼라의 책상
20세기 초반 사무실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나 사진을 통해 본 적 있는지? 소위 ‘화이트칼라(White Collar)’로 분류된 오피스 워커들의 사무 환경은 직종별로 달랐다. 건축가에게는 제도판이, 기자에게는 타자기와 유선전화기가, 회계사들에게는 주판이나 계산기 그리고 모두에겐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지금과 같은 업무를 주로 하는 사무실의 역사는 1729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 건물에서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오피스의 가장 큰 기능은 서류 뭉치의 보관이었다. 그리고 학창 시절, ‘IBM’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의 약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사무실 책상의 주인공은 컴퓨터였다. 컴퓨터가 가져온 사무 환경의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서류 뭉치를 파일로 변환해 저장해놓을 수 있었기 때문. 이로 인해 다양한 직종의 업무 형태에 통일성이 부여된 것이다. 이제 컴퓨터가 올려진 책상에 허먼밀러사의 의자 하나면 오피스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직까지 업무 직종별 특수성은 엄밀히 존재하며 그 미묘한 차이를 캐치해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것이 고수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회의를 얼마나 자주, 어떤 규모로 하는지, 승진 연수가 특별히 길거나 짧지는 않은지와 같은 매우 정성적인 변수가 오피스 레이아웃에 반영되기도 한다. 때문에 세심한 오피스 레이아웃을 포함한 동선 연구, 그리고 조직 분위기를 고려한 인테리어는 오피스 디자인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공유 오피스에서 노니는 노마드
오늘날 오피스 워커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워라밸’이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추구하는 워라밸족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업무 형태와 업무 시간 관련 제도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까지 포함한다. 유연근무제와 같은 새로운 제도 도입과 기술의 발전은 스마트 오피스라는 테마에 불을 지폈다. 이렇듯 ‘시간을 디자인함으로써 공간의 새로운 역할을 창출’한다는게 과거 오피스와의 차별화 지점이다. 사실 근대 사무실이 구현되기 전 많은 이가 길거리 커피숍에 모여 일을 하곤 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역사 속의 모습과 같다니 놀랍지 않은가? 카페에서 종일 과제를 하고, 매일 출근해 자리 잡고 앉아 일을 하는 현대판 노마드족, 그들은 함께 셰어하는 라운지가 매력적인 공유 오피스의 시작을 반겼다. 레이 올덴버그가 말한 제3의 공간(The Good Great Place, 휴식과 재충전이 가능한 비공식적 공공장소)을 기가막히게 활용한 하워드 슐츠가 제3의 공간을 찾는 현대인들을 스타벅스로 모았다면, 몇 년 사이에 그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집과 같이 편안한 비공식적 공공장소로 스타벅스 대신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아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생산적인 창고로서의 일터
이제 미래로 가보자. 닭장 같은 오피스텔이 아닌 층고 높은 로프트(loft) 하우스에서의 라이프, 오피스 공간과 거주 공간이 복합된 활용도 높은 건물은 어떨까? 공장 등을 개조한 아파트를 뜻하는 로프트(loft)는 높은 천고의 창고를 레지던스로 개조해 감각적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로프트라 하면 으레 영화 속 한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로프트 하우스가 생겨난 배경을 들여다보면 초기 산업시대 최대의 항구였던 뉴욕, 소호 지역에 지어진 높은 천장의 창고형 공장들이 시대를 거치며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산업의 형태가 변하면서 쓸모를 잃은 층고 높은 공간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더니 그들의 작품을 거래하기 위해 갤러리와 여피(Yuppie)들이 모여들었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구성원들이 바뀌면서 오늘날 로프트는 뉴욕식 라이프스타일의 로망이 되었다. 물론 영화 같은 시나리오만 써 내려가기엔 넘지 못할 현행법들이 장막을 치고 있다. 업무용 시설을 주거 시설로 겸용 혹은 전환하는 것은 현재 불가하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거주지 등록, 즉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선결되어야 할 문제다. 둘째, 소방 및 난방 등의 설비가 주거 형태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의지가 있다면 설비 부분은 리노베이션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법정주차. 가장 풀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청년주택 공급을 위해 도심형 생활주택 등의 법적 규제를 완화하는 것처럼, 새로운 도심형 오피스를 개조한 주거 형태에는 공유자동차나 전기스쿠터 시스템처럼 신선한 아이디어를 프로그래밍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식산업센터와 공장 시설의 거주 시설 허가를 전제 조건으로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복합적 니즈로 중무장한 새로운 사용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오피스’ 역시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마치 이인삼각 게임을 하듯 공간, 가구, 서비스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혁신적인 업무 환경에 대한 연구는 물론 정책에 대한 고민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워너브라더스



1 영화 <인턴>의 한 장면. 로프트 형태의 오피스 인테리어를 엿볼 수 있다.
2 업무는 물론 미팅과 토론, 휴식이 쾌적한 환경에서 가능하도록 작업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인테리어한 글로벌 공유 오피스 ‘위워크’.




안지용 건축가는
매니페스토 디자인랩의 안지용 대표는 명동의 M플라자, 코엑스 메가박스의 공간과 브랜딩 리뉴얼, 삼성+하만(MARMAN) AV 공간 기획, 남산타워 리뉴얼 기획, 복합쇼핑몰 동춘175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리뉴얼한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새롭게 기획한 공간이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상공간 전문 아키텍트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에서 활동했을 당시 미국건축가협회 디자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실력파로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3년 연속 한국건축가협회 100인의 건축가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Red dot, iF, IDEA의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했다.


이향은 교수는
UX 트렌드와 사용자 심리를 연구하는 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이향은 교수는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함께 트렌드를 연구하며 <트렌드코리아 2011>부터 <트렌드코리아 2019>까지 총 10권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향은 교수는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Design Award의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으며, 교육 외에도 디자인과 소비 문화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유 위니아 등 기업들의 디자인경영 컨설팅과 자문, 혁신 제품 콘셉트 개발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ditor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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